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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북(북큐레이션)

유투북09호 "신학은 과학과 대화할 수 있을까?"

by 까라멜마끼야또오 2024. 4. 29.

 

신학은 과학과 대화할 수 있을까?

낸시 머피 「신학과 과학의 화해」

_글 쓰는 아조시✍️

현재 한국 개신교 토양에서 주를 이루는 세 가지 전통을 거칠게 분류한다면, 먼저 ‘복음 전도와 회심’을 강조하는 ‘복음주의’와 근대 도시 발전과 함께 발생하고 성장해 온 ‘개혁주의’, 마지막으로 ‘평화신학과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는 ‘아나뱁티스트(재세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지형의 교회들은 대부분 복음주의와 개혁주의 그 어딘가에서 적당한 스탠스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나뱁티스트 전통과 관련해서는 교회사 한 자락의 ‘재세례파’의 이미지를 제외하면 대체로 생소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나뱁티스트 전통은 16세기, 당시 유럽의 ‘국가교회’에 저항하여 신앙의 순수성은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나뱁티스트 전통은 국가와 교회의 완전한 분리, 즉 도시 국가 안에서 도시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종교개혁 전통과는 다른 결에서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한 또 다른 종교개혁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 시스템과 이질적인 삶을 추구했던 그들은 강력한 박해에 직면했습니다. 개혁자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그들의 주장은 급진적이기 때문이었죠.

‘급진적’이라는 말은 때로 누군가에겐 ‘위험’과 동일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잊힐 만하면 또 다시 등장하는 ‘창조 논쟁’에서도 흔히 말하는 ‘유신 진화론’(이 표현은 진화주의나 진화절대주의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책이 말하는 ‘과학으로서의 신학’이라는 표현이 과연 우리 토양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적잖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신학이 모든 학문의 왕’이라는 중세적 인식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현대 과학과 늘 상충되는 부분이겠지요. 그런데 저자는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인 견해와 동일하게 신학을 과학의 계층 상부에 위치시키면서도 충분히 신학이 과학과 연결될 수 있을 만큼 유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실험과 계측의 결과물이 아닌 해석적 데이터도 각 과학 분야가 각각의 고유한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신학의 과학적 분석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자는 신학을 과학과 같은 위치에 놓으면서 서로 보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과학과 신학에 대한 저자의 논지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증들은 저의 짧은 과학 지식으로는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책에서 꾸준하게 보이는 자세, 곧 관찰된 과학적 발견에 대해 기독교의 오랜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내용들을 찾아내 연결시키는 태도만큼은 현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자는 아나뱁티스트(급진 종교개혁파) 전통에 속한 신자들이 고민해야 할 현안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무신론적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과학 이론의 해석을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어떻게 그 해석의 공백을 기독교 세계관 안으로 가져올 것인지를 고민하자고 제안합니다. 134쪽의 두 번째 문단은 그 해석의 결과물을 담고 있지만, 직접 책을 통해 읽어 보시라고 여기에는 담지 않겠습니다.

이 책의 의미는 과학과 신학을 가까워질 수 없는, 대립의 테제로만 고립시키는 우리 한국 기독교 문화에 대해 ‘대화’와 ‘통합’이라는 또 다른 길이 있음을 보여 준다는 데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는 선과 악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입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보는 너른 렌즈를 장착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종이책_https://url.kr/wp8jsn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창조론 연대기」

새물결플러스 / 김민석 지음

여러분은 창조와 과학의 문제를 묻는 교회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답하기 힘든 그 질문들에 고민하셨다면, 청소년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경의 의미, 해석, 그리고 창조와 과학의 다양한 논쟁거리에 대해 대답하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신학과 과학의 화해」에서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논지로 두 분야가 대척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성경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자못 진지한 책입니다.

https://url.kr/8d5i2k   

 

「과학자의 신앙 공부」

선율 / 김영웅 지음 

최근 유신진화론을 비판한 모 책에 대해 진심이 담긴 사려 깊은 반박 글을 게재하여 이슈가 되었던 생물학자 김영웅 박사의 책입니다. 저자는 줄기세포의 ‘모든 세포로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하나님의 전능’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과학과 신학이 서로 반대하지 않음을 역설합니다. 오히려 그 과학적인 탐구가 교회와 신앙을 살리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신학자가 아닌 생물학자는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https://url.kr/63pz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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