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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북(북큐레이션)

유투북08호 "어찌하여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

by 까라멜마끼야또오 2024. 3. 25.

 

어찌하여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

레베카 맥클러플린 「여인들의 눈으로 본 예수」

 

_글 쓰는 아조시✍️

임신의 고통을 인간 타락의 결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던 19세기 중반 서구에서는 예상치 못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출산할 때 산모에게 마취를 허락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 기독교인들은 창세기 3장 16절에 따라 출산은 고통스러워야 한다며 출산을 앞둔 임산부의 마취를 반대했습니다. 심지어 아기 낳을 때의 고통이 클수록 자녀를 향한 사랑이 큰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임신’을 노동과 함께 인간의 반역에 대한 형벌로 이해하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창세기의 내러티브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면 임신과 노동은 형벌이 아닌,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생육과 번성’이라는 방식으로 충만하게 하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원래부터 인간에게 주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를 완성시켜 나가시는 방식으로 여성의 태를 사용하신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그러고 보면,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에는 열네 대씩 정리되어 언급되는 패턴을 깬 다섯 명의 여인이 등장합니다. 보통 고대의 족보에는 남성들의 이름만 기록되는데, 이와 달리 마태복음에는 다말, 라합, 룻, 우리아의 아내(게다가 그들은 당시 문화에서 터부시되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었지요)가 당당히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족보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가져 오시는 구원자 예수님이 오십니다. 이런 면에서 성경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통해 확장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실제로 성경은 하나님의 다스림이 끊어진 상황을 임신하지 못하는 여성을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한나와 신약의 엘리사벳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들의 임신 소식은 오래 멈춰 있던 하나님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신호탄이었습니다. 마리아는 바로 그 한나의 노래를 정확하게 이어받아 부릅니다. 여선지자 안나는 신약에서 처음으로 메시아에 대한 예언이 성취되었음을 선언한 사람입니다. 성경은 이처럼 여성들을 통해 하나님의 새로운 다스림이 시작되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을 따르는 수많은 여성 제자가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게다가 예수님은 남성들만큼이나 소외된 여성들을 찾아가십니다. 또 이방인 여성의 믿음을 칭찬하시며, 여성 제자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끝까지 따라가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여성들의 아픔과 고통을 돌보시며, 부도덕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여성들의 친구가 되십니다. 그렇게 사랑받은 여인들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예수님을 섬깁니다.

복음서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언할 증인으로 일부러 여성들을 제시한다는 점도 당시 문화에서는 놀랄만한 일입니다. 책에서 밝히고 있듯, 예수님 당시의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종교적 문제에 속기 쉽고 미신적 환상과 과도한 종교적 관습에 빠지기 쉽다”라며 신뢰할 수 없는 존재들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음서는 예수님의 부활이라는, ‘안 그래도 믿기 힘든’ 사건을 부러 사회적 신뢰도가 낮은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요즘 한국 교회는 성경 안에서 발견되는 여성의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혹시 페미니즘……?’ 하며 흰 눈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굳이 페미니즘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차고 넘치도록 성경이 여성에 대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종이책_https://url.kr/wgxste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어찌하여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

꽃자리 / 김순영 지음

이번 유투북 08호의 제목은 이 책의 제목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레베카 맥클러플린의 책이 신약의 여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 책은 구약에 담긴 여성들의 서사를 발굴해 냅니다.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등장하는 구약 본문은 돌출되고 의외성을 자아냅니다. 그 틈새를 통해 하나님이 무엇을 말하시는지 들어보시면 좋습니다.

https://url.kr/izqhd2

「공포의 텍스트」

도서출판100 / 필리스 트리블 지음 / 김지호 옮김

“저명한 구약 학자 필리스 트리블은 ‘어떤 여행자도 상처 없이 돌아온 적 없는 공포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출판사 책 소개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책은 성경 속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내러티브를 통해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한 성경 읽기 방식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냥 지나쳤던 본문들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였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야를 열어 줍니다. 이 시대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https://url.kr/ro6b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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