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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북(북큐레이션)

유투북10호 "교양, 성경과 세상을 잇는 다리"

by 까라멜마끼야또오 2024. 5. 27.

 

교양, 성경과 세상을 잇는 다리

손성찬 「모두를 위한 기독교 교양」

 

_글 쓰는 아조시✍️

기독교나 교회를 떠올리면 아마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상징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하늘 높이 솟은 빨간 네온사인 십자가죠. 전국에 편의점보다 많다는 개신교회당에 솟은 십자가들, 번화가 한쪽에서 큰 소리로 ‘베○칩’ 받지 말라며 소리치는 거리 전도자들의 자기 몸보다 큰 십자가,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그 붉고 강렬한 십자가는 기독교를 대표하는 분명한 상징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를 자랑하는 이들에게 기독교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아마도 한두 문장의 구호나, 잘 해봐야 ‘사영리’ 정도의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우리는 기독교를 상징으로 소개할 뿐, 기독교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종교인지 잘 모릅니다.

저는 늘 의미가 먼저, 상징은 나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회가 십자가를 신앙의 상징으로 삼기 이전에 그 십자가에서 먼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이 있었습니다. 그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 세워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십자가에 담아 낸 것이지요. 저는 이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오해하면 상징이 의미를 삼켜 버리게 되니까요. 맥락과 의미를 초월한 상징은 맹목적인 신앙의 단초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상징화된 기독교는 내부 단속만을 강화하는 이른바 ‘고인물’이 되고, 기독교 바깥의 사람들과는 전혀 소통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우리는 속세를 떠나 저 멀리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아닙니다. 비 기독교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우리의 믿는 바를 가지고도 당연히 사회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징만을 들이대는 기독교는 일상적인 대화의 주제가 되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저는 손성찬 목사가 이 책을 기독교인만을 위한 책이 아닌, 모든 사람이 ‘기독교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사용되기를 바라며 썼다고 했을 때 꽤나 반가웠습니다. 

기독교는 상징의 종교가 아닌, 더 깊은 의미를 담은 뿌리 깊은 종교입니다. ‘뿌리 깊다’라는 것은 기독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고, 인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로!) 형성되어 왔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충분히 이야기될 수 있는 그 무언가이지요! 따라서, 기독교는 화려한 예배나 종교 행위를 통해 결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부자들을 위한 것일 뿐, 외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적 약속인 ‘교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 교양일까요? 앞서 밝혔듯이 성경은 진공 속에서 딱 떨어진 계시가 아닌, 피조물의 역사 속에서 눈높이를 맞춰 써 내려가신 하나님의 소통 방식(계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시는 당시 가나안의 문화 속에서,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의 신화들 속에서 만들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교양을 통해 쓰였음에도 그 사회의 상식에 저항할 뿐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며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가나안의 인신 제사와 탐욕의 문화에 저항하고, 자연물을 숭상하는 이집트 신들의 정체를 폭로했습니다. 또 피지배층을 마구 부리면서도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귀찮은 것들로 여기던 바빌론 신화에 맞서 노예임에도 창조된 인간의 존엄을 잊지 않았음을 인문학적 ‘교양’ 연구들을 통해 지금 우리는 확인할 수 있지요.

이러한 역사가 있음에도 여전히 기독교의 계시를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무언가로 여기는 분들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당시 철학의 언어로 신앙을 체계화한 것과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은 에라스무스가 헬라어 성경을 직접 번역해 냄으로써 사회의 교양과 소통하며 형성된 기독교 신앙에 대해 무어라 설명할지 궁금해집니다. 일찍이 사회의 언어로 신앙을 설명해 낸 선배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계시’(라고 쓰고 뇌피셜이라고 읽는)만 고집하는 이들을 과연 ‘기독교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됩니다.

이 책은 분량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양 가이드’인데도 이만큼의 분량을 기울여 소개해야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기독교의 깊이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적어도 이 책 정도만 읽는다면, 기독교 신앙에 대한 청년들의 기본적인 궁금증에 충분히 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사회에 나아가 신앙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같이 읽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종이책_https://url.kr/fol7p6

전자책_https://url.kr/os4l8h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정은문고 / 정한욱 지음

개인적으로 「모두를 위한 기독교 교양」과 이 책, 두 권만 읽어도 청년들이 갖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대부분의 물음에 적절한 답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저희 교회 수련회에서 Q&A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생각보다 성경과 신앙에 대한 날카롭고 당돌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와 즐거웠습니다. 전후 세대의 어려움과는 다른 양상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질문은, 기성세대의 그것과 비교해서 결코 가볍거나 수준 낮지 않습니다. 이 책을 보시면 아마 지금 청년들이 어떤 질문을 갖고 신앙과 씨름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https://url.kr/6g4y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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