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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북(북큐레이션)

유투북02호 "애매한 틈새를 내버려 두지 않는 지혜"

by 까라멜마끼야또오 2023. 9. 25.

 

애매한 틈새를 내버려 두지 않는 지혜

박윤만  「그 틈에 서서」

 

_글 쓰는 아조시✍️

여러분은 애매한 상황에 놓여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살아오면서 그런 애매한 상황을 버텨야 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교회에서는 사역자도 아니면서 교회 일을 많이 하는 애매한 청년으로 지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뭔가 전문적이진 않지만 이것저것 많이 할 줄은 알아서 여기저기에 자주 불려 다니고, 그런데 또 인정은 못 받는 그런 애매한 틈 사이에 낀 존재가 저의 20대를 요약할 수 있는 단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교회와 선교 단체 사역자로 살아가는 동안 저와 비슷한, 그런 ‘틈새’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가고 그런 분들의 상황을 빨리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애매한 틈새에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었죠. 어디에 속하지 못하고 늘 경계면에서 떠도는 불안정한 상태, 어쩌면 그것은 에덴에서 쫓겨난 인류가 계속해서 경험하게 되는 근원적인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그것을 반영하듯 인간이라는 한자를 보면 사람인(人) 자와 사이간(間) 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사이에 있는 존재, 어딘가의 틈새에 서서 흔들리는 존재라는 것을 항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속하고 싶고 안정하고 싶은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책 「그 틈에 서서」 역시 ‘이미와 아직’이라는 틈새에 선 존재로 우리를 정의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선 존재의 불안정함이 주는 유익과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만드신 틈 속에서 생명을 시작하셨고, 하늘과 땅 사이에 균열을 내어 세상에 들어오셨으며, 그 틈 속에서 시작된 나라를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함께 거하십니다. 저자는 우리가 처해 있는 이 ‘끼인’ 상황, 틈 사이를 살아가는 상황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 필연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그렇기에 우리가 겪는 고뇌와 혼란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틈이 지속될 고통의 공간만은 아니며, 언젠가 도래할 완성의 순간이 있음을 주지시킵니다. 맞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임한 하나님 나라’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총 3부로 나누어 써 내려갑니다. 1부는 그 나라가 아직 임하기 전, 즉 구약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2부는 종말을 이 땅에 가지고 온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와 아직 온전히 임하지 않은 하나님 나라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바로 그 틈새를 지금 살아가는 우리, 교회의 이야기를 보여 줍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내용이 저자가 섬기는 교회를 위한 설교였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질문이야말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소개하는 구약의 이야기들을 읽어 가면서 우리는 ‘낯선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의 이해와 사고의 틀로 재단할 수 없는 분, 세상의 기준과 판단을 넘어서 거기에 매이지 않는 분, ‘권선징악’이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인간의 도덕률 너머에 계신 분. 교회 안에서 너무 많이 듣고 익숙해서 종종 잊어버리는, 창조주이며 세상을 다스리는 그분의 왕권에 대해 체감하게 됩니다. 이어 복음서와 계시록의 이야기들에서는 늘 십자가와 대속의 메시지로만 연결해서 보았던 예수님의 삶과 사역, 말과 행동, 치유와 표적들에 대해서 또 다른 시각을 열어 줍니다. 그분이 가져오신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그 나라가 누구의 것인지, 그 나라 백성의 삶은 어떤 것인지와 같은 기존 체제를 뒤흔드는 놀라운 변혁의 메시지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신약의 편지들을 다루며 ‘예수 믿고 착하게 살다 천국 가는’ 것을 목표로 애매하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소망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지 다양한 영역을 들어 세심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그 틈새 가운데로 초대합니다. 아니, 이미 그곳이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이며 부르심 받은 곳임을 일깨워 줍니다.

 

‘틈 사이에 서 있다’라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도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신을 증명하거나 어딘가에 속해 있기를 원합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애쓰다 피폐해진 우리에게 이 책은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새로운 길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 삶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성경은 처음부터 이렇게 애매한 상황 가운데 놓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습니다.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로니아와 같은 대 제국의 틈바구니에서 노예로 살던 히브리 민족들에게, 로마 제국의 식민지 백성에게 주어진 말씀은 이제 거대한 자본과 시스템의 압박에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일하십니다.

자, 오늘도 그 틈에서 살아가고자 애쓰는 나그네와 여행자 같은 여러분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이 책이 여러분의 영혼을 거슬러 흔들리게 하는 모든 것들과의 싸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벧전 2:11).

 

 

종이책_https://url.kr/in218y

  전자책_https://url.kr/xlfst4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성경은 드라마다」

IVP / 마이클 고힌 외 지음, 김명희 옮김 

성경 어느 구절 하면 바로 교리적인 대답이 나오는 ‘신실한’ 그리스도교인들을 위한 책입니다. 실제로 성경 이야기 속에서 그 본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맥락 속에 있는지를 볼 수 있도록 총 6장의 드라마로 성경을 소개합니다. 성경을 제대로 읽어 보려는 분들애개 추천합니다.

https://url.kr/f3tn17

 

「하나님 나라의 비밀」

새물결플러스 / 스캇 맥나이트 지음, 김광남 옮김

하나님 나라라고 하면 사회 운동을 떠올리거나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는 분들에게 성경의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정확한 관점을 갖도록 돕는 책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 중 가장 잘 설명해 놓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url.kr/ahgkz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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