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투북(북큐레이션)

유투북04호 "스승이시여, 가르침을 주옵소서!"

by 까라멜마끼야또오 2023. 11. 27.

 

스승이시여, 가르침을 주옵소서!

홍정환  「호당 선생, 일상을 말하다」

 

_글 쓰는 아조시✍️

혹시 무협(武俠)이라는 문학 장르를 아시나요? 기독교 복음주의만큼이나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이지만, 대체로 무공(또는 무술)을 통하여 협의 길을 실천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알기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야기 속에서 추구하는 이라는 공동선, 또는 정의를 주인공의 무술과 그 훈련 과정을 통해 세상 속에서 성취해 나가는 것을 그리는 문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대체로 비범한 출생 배경을 가지고 태어나 다양한 위기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고 결국 중원(대체로 중국대륙의 중심부를 말합니다)을 위협하는 악의 세력을 몰아내고 정의를 구현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반드시 중요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요. 바로 절세의 무공을 전수해 주는 스승입니다. 이 스승은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거지들의 우두머리로, 천 길 낭떠러지 밑에 감금당한 채로, 평범한 촌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그의 막혀 있는 성장(혈을 뚫는다고 하지요)을 돕거나 비밀의 열매나 내공을 주어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무엇보다 스승과 제자가 협의 길에 대해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은 아마도 제 또래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무협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저자가 바로 이 무협장르에 심취한 경험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앙(무공)이 높은 경지에 오른 호당 선생과 제자 오덕, 스팍, 지성이 그리스도인의 일상에 대해 나누는 문답 속에서 과연 우리도 기독교 신앙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대부분 무협의 클리셰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스승은 제자에게 지나치리만큼 평범한 훈련을 시킵니다. 물 떠오기, 밥 짓기, 청소하기 등등. 처음에 주인공은 하루 빨리 강해져야 한다는 조급함과 부담감 때문에 이런 훈련을 거부하거나 도망칩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서 그 일상의 훈련을 감당하고 마침내 그 훈련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깨달으며 놀랍게 성장합니다. 이 책의 구성 역시 등장인물들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사건들을 중심으로 주제에 대한 신앙적 조언들을 제공합니다.

주인공 오덕은 극히 취향적이고 충동적이며 자제력이 약한 인물입니다. 스팍(수복)은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냉정한 판단을 내리려는,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인물의 전형입니다. 그리고 극중 어떤 사고로(스포라서 말씀 못 드리니 책을 꼭 읽어 주세요) 등장하는 지성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내면 그 자체입니다. 이 세 인물이 연약한 삼위일체를 이루며 던지는 일상의 질문들은 너무나 우리이기에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일상은 삶의 여러 사건을 통해 면면히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리고 바라지도 않았던 비극이나 슬픔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호당 선생은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통해서 계속 기독교의 협’()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 정신은 제자들을 통해 이어집니다. 어쩌면 기독교 역사를 지탱해 온 것은 바로 이런 일상을 살아가던 스승과 제자들이 아니었을까요? 여러분의 스승은 어디에 계신가요? 그리고 여러분은 누구에게 이 ’()를 가르치고 계신가요? 우리의 기독교는 여기 호당 선생의 이야기처럼 다음 세대에게도 이어지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책은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처럼 결말이 시원하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일상이 그렇듯 시원한 사이다전개는 없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평범한 이야기에 저와 여러분의 삶을 얹어 읽어낼 수만 있다면, 아마 우리의 신앙 내공(內功)은 크게 성장하겠지요. 아뵤!

 

 

종이책_https://url.kr/wofuje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일상, 하나님의 신비

IVP / 마이클 프로스트 지음, 홍병룡 옮김

우리는 보통 복음을 정의하고 삶의 문제를 옳고 그른 것으로 나누어 일상을 흑백의 우중충한 세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은 훨씬 다채로운 색과 소리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눈을 열어 그 세상을 감각하는 것이 신앙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믿음 생활에 지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https://url.kr/2zkxpl

 

말씀이 육아가 되어

홍성사 / 김정태 지음

추천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육아라는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쓴 책입니다. 특히 성경의 이야기들과 육아하는 아빠의 일상을 연결하여 아이를 키우는 일상 역시도 다른 일상들만큼이나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중요한 자리임을 강조합니다.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에 지친 분들, 성경의 이야기가 자기 삶을 응원하고 있음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https://url.kr/r86ifk

 

 

 

 

 

 

 

 

 

 

 

 

 

쿵푸 팬더시리즈

드림웍스 제작

영화이지만, 무협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 소개합니다. 무협이 가진 거의 모든 클리셰를 보여 주고 있으며, 정통 무협이 가진 스토리 라인을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무협지를 읽기는 좀 부담스러운 분들, 무협이라는 장르가 어떤 가치를 담아내는지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댓글